4. 그리스도교

인간생활은 근본적으로 종교와 관련을 맺고 있다. 일찍부터 삶의 신비를 느껴 온 인간은 만물의 근원을 탐구하여 인생에 얽힌 갖가지 의문에 대해서 종교에서 그 해답을 찾았던 것이다. 우리 조상들 역시 이러한 문제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조상들도 옛날부터 우주와 삼라만상에 대한 경탄과 두려움에서 막연하게나마 절대자를 섬겨 왔다. 모든 물체에 정령(精靈)이 있다고 믿고(샤머니즘), 큰 나무나 바위에 정성을 바치고 무당을 불러다 굿을 했다. 그러나 이 샤머니즘이 제시하는 인생문제에 대한 해답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좀더 다른, 인간이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인생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을 끊임없이 찾았다. 그래서 중국대륙을 거쳐 들어온 불교를 통해서, 도교를 통해서, 유교를 통해서 인생문제의 해결을 계속 추구했던 것이다.

조선후기(18세기 후반)에 이르러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정계(政界)에서 은퇴해 있던 실학파의 남인 학자들은 이러한 여러 가지 인생문제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 있었다. 그들은 중국에 와 있던 서양 선교사들이 쓴 서학에 관한 한문서적을 알게 되었고, 함께 모여 연구하고 그 내용을 토론했다. 이리하여 학문으로 시작한 서학 연구가 마침내 신앙으로 발전하였고 그것은 이 땅에 그리스도교를 처음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일찍부터 현자들은 인간의 행복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진리 안에서 찾아야 함을 깨달았다. 그 진리는 영원한 것이며, 유한한 세상과 인간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무한하신 절대자, 영원불변의 절대자만이 인간의 무한한 갈망을 채워주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분을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분이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가르쳐 줌으로써 우리는 배워 믿게 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우주의 신비와 인생에 관한 문제를 '창조주이시며 한 분이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대답해 주시고 가르쳐 주신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이라는 특정한 민족의 역사 안에서 자신을 계시하셨고, 이 세상과 당신 자신을 더 분명히 가르쳐 주시려고 외아들을 보내셨는데 이 아들을 예수 그리스도라 한다. 하느님은 이 외아들을 통해 이스라엘뿐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당신의 뜻을 알리시고 영원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보여 주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참 삶, 영원한 삶을 사는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을 믿음으로써 인간은 불안과 고통과 죽음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사랑과 평등과 자유 사상을 바탕으로 한 내세(來世)의 하늘 나라에 대한 가르침은 인류에게 가장 진정한 기쁜 소식이 되었던 것이다.

불교나 유교는 인간 이성으로 진리를 깨우치고 그로써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므로 자연종교라고 한다. 반면에 그리스도교는 인간이 터득하고 깨달아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특이하게도 하느님이 손수 길을 가르쳐 주시고 인간을 불안과 공포, 고통과 죽음에서 구원하시는 종교이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스스로 드러내 보이심으로써만 인간이 그 해결책을 알 수 있기에 그리스도교를 계시(啓示)종교라 한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우리 각자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하여 이 '가톨릭교리통신교육회'의 문을 두드렸다. 이제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의 구체적인 가르침이 무엇인지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