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간의 갈망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

 인간의 이성은 세 가지 기능 즉 지능, 의지, 정서를 가지고 있다. 지능은 진리(眞理)를 찾고, 의지는 선(善)을 위해 주어졌고, 정서는 아름다움(美)을 찾기 위해 있는 것이다. 인간은 바로 진·선·미를 위해 존재하며, 이를 갈망한다. 이 진·선·미는 어떤 물질적인, 감각적인 차원이 아니다. 이것은 보다 초월적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편안히 쉴 수 있는 집과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옷을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돈이 필요하지만 이것만이 인간이 찾는 절대가치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삶의 의미를 깨닫고, 비록 이 세상에서 물질적인 손해가 있더라도 악을 피하고 선을 찾으며, 주어진 아름다운 정서를 찾는 것이 인간이다. 비록 인간의 신체구조는 물질세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으나 인간의 육체는 단순한 물질 이상의 존재이다.

 동물은 자연적인 본능이나 육체적인 구조에 의해 본능적으로 움직이지만 인간은 매순간 자신의 자유스러운 선택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은 자기 존재 의미를 물을 수 있고 모든 사물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숙고할 수 있는 명석한 정신과 사고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인간 의식의 변형될 수 없는 신비이며, 이 의식이 있기에 또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인생이란 바로 이런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삶은 보다 높은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이 의미를 찾는 과정이 곧 인생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스스로가 삶의 의미를 깨달아 자신을 성숙시켜 나가야 하는 유일한 이성적 동물이다. 호도나무는 자연법칙에 따라 호도라는 열매를 맺으며, 고양이는 본능이라는 법칙에 따라 쥐를 잡는다. 그것들은 더도 덜도 될 수 없는 고정된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은 진·선·미를 위해서 살 수도 있고, 스스로를 자포자기하면서 불행한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다. 따라서 우리가 인간이 되었다는 그 자체로서 위대한 것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간의 삶이 얼마나 고귀하며 그 고귀한 가치를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태도와 방법은 가지각색이나 그 다양함 속에서 한 가지 공통점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의지는 가장 근본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모두가 구하는 행복인데도 우리 주위에는 행복보다는 불행이 더 많은 듯하다.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다. 누구나 처음 목표했던 재물(지위, 명예 …)을 얻게 되면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더 큰 욕망을 품게 된다. 행복이란 우리가 그리워하며 바라고 있는 것을 얻었던가, 그것이 채워졌을 때 우리 마음 속에 찾아드는 느낌이다. 인간은 원하던 것을 얻었으면 행복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아서 더욱 욕심을 내게 된다. 우리 주위에 행복보다는 불행이 더 많은 듯이 보임은 바로 이 끝없는 욕심 때문이 아닌가! 그들은 행복을 위한 자신의 목표가 잘못 설정되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절대적 안정을, 영속하는 사랑을, 끝없는 행복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어느 한 순간일 뿐 결코 이 갈망은 온전히 충족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째서 인간은 충족시키지 못하는 갈망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어째서 일정한 공간과 시간에 태어나 특정한 문화와 역사 속에 살다가 죽어야 하는, 유한 속에 사는 인간 존재가 무한한 갈망을 갖고 있는가? 이 갈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인간이 지닌 갈망 중에서 특히 가장 큰 것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살고 싶다는 욕망이다. 그러기에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그렇게도 애를 썼고,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몸에 좋다면 먹지 못할 것이 없다. 그러나 모든 생명은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고 아무도 이를 피할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 유한한 존재임을 알면서도 영원히 살고 싶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하며, 아무도 임종의 불안과 죽음에의 공포 속에서 인간을 구해 주지 못한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차피 모든 것이 죽어 없어질 것이라면 애당초 왜 이런 것들을 얻으려고 발버둥쳤을까?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온 세기를 두고 던졌던 질문이다.